러시아 문학의 거장 톨스토이는 인간 내면과 도덕적 갈등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사랑’의 참된 의미를 깊이 고찰한 작가입니다. 그의 단편소설들은 단순한 이야기 너머로 깊은 윤리성과 신앙적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그 속에는 성경에서 말하는 무조건적 사랑, 회개, 겸손의 정신이 녹아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톨스토이의 대표적인 단편 4편을 중심으로, 성경 구절과 연결된 사랑의 가치 중심으로 요약·정리하고자 합니다.
1. 사람은 무엇으로 사나
톨스토이의 단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그의 종교적 사상이 농축된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로, 인간 존재의 본질과 사랑의 의미를 천사 ‘미카엘’의 시선을 통해 탐구합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가난한 구두장이 세몬이며, 그는 어느 날 길가에 쓰러진 낯선 남자를 거두어들입니다. 알고 보니 그는 하늘에서 쫓겨난 천사 미카엘로, 하나님이 그에게 세 가지 질문의 답을 찾기 전까지 인간 세계에 머물도록 한 것입니다.
세 가지 질문
1. 사람 안에 무엇이 있는가?
2.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3.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은 ‘사랑’입니다. 세몬은 낯선 이를 자비로이 맞아들이고, 자신의 음식과 잠자리를 나눠줍니다. 이러한 행위는 신앙적인 ‘사랑의 실천’으로 해석됩니다. 성경 요한일서 4장 16절은 “하나님은 사랑이시라”라고 말씀합니다. 하나님의 본질은 사랑이며, 이 사랑이 세상을 유지하고 인간을 살게 하는 근본 원리임을 이 작품은 드러냅니다.
세몬은 아무 조건 없이 미카엘을 도왔지만, 그의 행위는 단순한 인간적 친절을 넘어서 하나님의 뜻에 부합하는 것이었습니다. 마태복음 25장 35-40절에서는 예수님께서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라”라고 말씀하십니다. 세몬의 행동은 바로 이러한 사랑의 본질을 보여주는 실천적 사례입니다.
미카엘은 세몬의 가정에서 생활하며 점차 인간의 감정과 삶을 이해하게 되고, 결국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얻게 됩니다. 그는 말합니다. 나는 사랑을 보았고, 사랑이야말로 인간이 살아가는 이유라는 것을 알았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이기적인 존재로 살아가는 자유를 허락하셨지만, 진정한 삶은 타인을 위한 사랑 속에서 피어난다는 깨달음이 주제를 관통합니다.
이 단편은 우리가 일상에서 얼마나 자주 사랑의 실천을 잊고 살아가는지를 돌아보게 합니다. 우리는 종종 사랑을 감정이나 조건 있는 교환으로 이해하지만, 하나님의 사랑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무조건적이며, 끝이 없고, 회복을 위한 것입니다. 톨스토이는 이 작품을 통해 그러한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적으로 경험할 수 있음을 가르치고자 합니다.
2. 두 노인
두 노인은 겉보기에 단순한 순례기이지만, 그 안에는 인간의 이기심과 참된 신앙의 본질을 묻는 철학적 메시지가 숨어 있습니다. 엘리세이와 에피힘이라는 두 노인이 예루살렘 순례를 계획하고 떠나는 장면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순례는 신앙심의 표식이며, 많은 준비와 비용이 필요한 여정입니다.
하지만 여행 도중, 엘리세이는 한 마을에서 굶주림과 질병에 시달리는 가족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들은 생존조차 힘겨운 상황이었고, 외부의 도움이 절실했습니다. 엘리세이는 순례를 잠시 미루고 이 가족을 돕기로 결정합니다. 그는 자신이 예루살렘에 가져가려던 돈을 나누고, 음식을 마련해 주며, 집을 정리하는 데 시간을 보냅니다.
반면 에피힘은 자신의 길을 계속 가며 순례를 완수합니다. 그는 외적으로는 종교적 의무를 다한 것처럼 보이지만, 톨스토이는 독자에게 묻습니다. 진정한 순례는 무엇인가?
야고보서 2장 17절은 이렇게 말합니다: 행함이 없는 믿음은 그 자체가 죽은 것이니라.
엘리세이의 행위는 이웃 사랑이라는 가장 위대한 계명을 실천한 것입니다. 이는 누가복음 10장의 선한 사마리아인이야기와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제사장과 레위인은 고통받는 사람을 지나쳤지만, 사마리아인은 도왔습니다. 엘리세이는 바로 그 사마리아인과 같은 인물로서, 사랑을 선택한 사람입니다.
톨스토이는 이 단편을 통해 우리가 외적인 종교적 행동보다는, 내면의 사랑과 진심 어린 돌봄에 더 가치를 두어야 함을 역설합니다. 엘리세이의 모습은 참된 신앙인의 전형이며, 하나님의 뜻을 따른 삶입니다. 그는 순례를 하지 않았지만,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더 큰 순례를 이룬 것입니다.
오늘날의 신앙인들에게도 이는 강력한 메시지를 줍니다. 교회 출석, 성경 읽기, 기도 등의 의식도 중요하지만, 실천 없는 신앙은 허상일 수 있습니다. 진정한 믿음은 이웃에게 향한 구체적인 사랑과 행동으로 나타납니다. 그것이 바로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순례이자 제사입니다.
3. 촛불
촛불은 매우 짧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단편입니다. 이야기의 중심은 한 시골 교회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부유한 사람들은 화려한 제물과 비싼 촛대를 바치며 신에게 정성을 들이지만, 한 가난한 노파는 힘겹게 번 돈으로 산 작은 양초 하나를 바칩니다. 사람들은 그녀를 조롱하고 비웃지만, 정작 하나님 앞에서 가장 밝게 빛났던 촛불은 그녀의 것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예수님이 말씀하신 과부의 두 렙돈사건을 떠올리게 합니다. 마가복음 12장 43-44절:
“이 과부는 그 가난 중에서도 자기의 모든 생활비 전부를 넣었느니라.”
세상은 겉모습을 보고 판단하지만, 하나님은 중심을 보신다는 진리를 이 짧은 이야기에서 톨스토이는 강하게 전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사랑은 크고 화려한 것에서 비롯되지 않으며, 작은 희생과 겸손한 헌신 속에서 가장 순결한 사랑이 태어난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이 작품은 우리 삶의 태도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우리는 종종 더 크고 화려하게, 더 잘 보이게신앙을 드러내려고 하지만, 하나님은 겸손과 진실된 마음을 원하십니다.
시편 51편 17절에서 다윗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하나님께서 구하시는 제사는 상한 심령이라.”
이야기의 마지막 장면에서 가장 작고 초라했던 양초가 교회 안을 가장 밝게 비추는 장면은 그 자체로 강력한 상징입니다. 이 노파의 믿음은 세상의 조명보다 강하며, 그 믿음은 하나님의 시선 아래 가장 귀중한 향기였습니다.
톨스토이는 ‘촛불’을 통해 현대의 신앙인에게 경고합니다. 외적인 경건함이 아닌, 내면의 진실한 사랑이야말로 하나님께서 받으시는 제사임을 잊지 말라고요. 그것이 참된 예배요, 진정한 회개입니다.
3. 이반 일리치의 죽음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톨스토이의 후기 작품 중에서도 가장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색채가 강한 단편입니다. 주인공 이반 일리치는 법관으로 성공적인 인생을 살아왔습니다. 그는 외적으로는 존경받고 안정적인 가정과 지위를 누렸지만, 갑작스러운 병으로 죽음을 앞두게 되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처음 그는 병을 부정하고, 두려움에 사로잡힙니다. 하지만 죽음이 가까워질수록, 그는 삶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됩니다.
나는 사랑 없이 살았다. 나는 진실 없이 살았다. 그는 외적인 성공과 물질에만 매달려 살았으며, 가족과의 관계도 형식적이었습니다. 그러나 고통 속에서 그는 점차 자신을 되돌아보고 회개하게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간병인 게라심의 헌신적인 사랑과 따뜻함을 통해 진정한 사랑의 가치를 경험합니다.
고린도전서 13장 2절: “사랑이 없으면 내가 아무것도 아니요.”
이반 일리치의 삶이 바로 그 구절을 보여주는 예입니다. 인간은 죽음을 피할 수 없지만, 죽음을 통해 삶을 재정의하고, 사랑을 되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깊은 영적 교훈을 줍니다.
이반은 죽기 직전 진정한 평안을 얻게 됩니다. 그는 비로소 가족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고, 용서하며 떠났습니다. 이 순간 톨스토이는 삶의 궁극적인 목적이 사랑에 있음을 강력하게 선언합니다. 죽음은 두려움이 아닌, 사랑 안에 있으면 오히려 평안의 문이 된다는 기독교적 관점이 뚜렷합니다.
우리는 모두 이반과 같은 순간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죽음 자체가 아니라, 죽기 전 어떻게 사랑했는가, 그리고 누구를 위해 살았는가입니다.
톨스토이의 단편들은 그 자체로도 문학적 깊이가 뛰어나지만, 성경적 메시지와 함께 읽을 때 더욱 강력한 울림을 줍니다. 그는 사랑을 선택한 삶, 믿음의 실천, 겸손과 회개의 진정성, 그리고 죽음 앞의 참된 평화를 이야기하며, 기독교의 핵심 가르침을 소설이라는 형태로 전달합니다. 요한복음 13장 34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는 말씀처럼, 오늘 우리가 톨스토이의 단편을 읽는 이유는 단순히 문학을 즐기기 위함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하나님의 사랑을 우리 삶 속에서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를 고민하기 위함입니다.